유대인의 유월절 –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양을 잡을까?

유대인의 유월절

오늘날 유대인의 유월절에도 3,500년 전처럼 어린 양을 잡고 그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를까. 아니다. AD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유대인들이 전 세계 각지로 흩어지면서 양을 잡는 풍습은 사라졌다. 대신 가족 단위로 각 가정마다 유월절을 기념하는 음식을 먹도록 바뀌었다. 다만, 일부 사마리아 공동체에서는 그리심(Gerizim)산에서 여전히 양을 잡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히브리어로 유월절은 페사흐(פֶּסַח)라고 부른다. 페사흐의 또 다른 이름은 ‘무교병의 절기’다. 그래서인지 유대인들은 유월절과 무교절을 하나의 절기로 여긴다.

유월절은 니산월(유대력 1월) 14일 저녁에 시작된다.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들은 7일, 그 외 디아스포라(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들은 8일간 유월절을 지킨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유월절이 8일인 이유는, 그들이 정확한 유대력을 알지 못해 니산월 14일을 잘못 계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탓이다. 유월절 기간의 첫째날과 마지막 날은 신성한 휴식의 날이다.

이 시기에 거의 모든 이스라엘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많은 사무실과 사업체는 주로 오전에만 근무한다. 이 기간은 휴교 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여행지가 당일 여행을 하는 유대인 가족들로 붐빈다. 대부분의 이스라엘 레스토랑은 평상시 음식을 대신하여 유월절을 위한 코셔(כָּשֵׁר‎, 정결한 음식)를 제공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 엄격하게 요구되었던 유월절 엄수는 최근 완화되어, 빵이나 케이크 혹은 파스타를 파는 음식점들도 있다.

유대인의 유월절 준비

하메츠(חָמֵץ) 태우기

유대인의 유월절은 하메츠를 태우는 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메츠란 일상적인 음식을 가리킨다. 즉 유월절을 앞두고 인공적 또는 자연적으로 발효된 밀, 호밀, 맥아, 보리, 귀리 등으로 만든 음식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이 의식은 유대인들이 애굽을 급히 떠나느라 누룩 넣은 빵을 만들 시간조차 없었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누룩을 제거하는 행위는 부정을 제거하고 악을 말살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각 가정에서는 누룩 성분이 든 음식이 집에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이 청소한다. 어린이들도 빵 부스러기, 과자 부스러기들을 치운다. 유월절 몇 주 전부터 유월절 정오까지,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동네 공터마다 모여서 빵이나 비스킷을 태운다. 절기 기간 동안에 유월절 음식이 아닌 것은 집에 둘 수 없다.

유월절과 유대인 - 하메츠
하메츠(일상적인 음식)를 불태우는 유대인들

누룩이 제거되면 유월절에만 사용하는 특별한 접시들과 그릇, 포크, 나이프, 요리 도구들을 창고에서 꺼낸다. 일상에 쓰던 그릇들과 요리 도구들은 모두 자취를 감춘다. 가정에 따라서는 유월절에만 사용하도록 가장 좋은 그릇들을 가보로 남겨 대대로 물려준다.

하메츠를 불태우지 않고 파는 경우도 있다. 랍비들은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유대인 가정이 이웃의 이방인들에게 하메츠를 팔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이방인에게 하메츠를 상징적인 가격에 판 적이 있다. 몇 해 전 재무장관 베냐민 네타야후와 최고 랍비 2명의 입회하에, 이스라엘 안의 모든 하메츠를 2만 세겔(약 550만 원)에 팔았다. 이렇게 판 하메츠들은 절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시 구입할 수 있다.

맛짜(מַצָּה) 만들기

유대인의 유월절, 무교절에는 물과 밀가루로만 만든 맛짜(무교병)를 쓴나물과 함께 먹는다. 맛짜를 만들기 전에는 곡식을 완전히 삶는다. 곡식에서 효모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만든 곡식으로 가루를 내서 물과 함께 반죽한다. 반죽을 불에 넣고 구워 내면 맛짜가 완성된다.

고대의 맛짜는 직경 30센티미터의 원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길이 25센티미터 정도인 정사각형 모양으로 바뀌었다. 맛짜를 굽는 풍경도 제각각이다. 원래는 성인 남성들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맛짜를 구웠다. 현대에는 맛짜를 기계로 굽기도 한다. 일부 율법학자들은 기계로 맛짜 굽기를 반대하기도 한다. 일부 정통파 집단에는 1년에 한 번 맛짜 굽는 것 외에는 문을 열지 않는 빵집도 있다.

유대인의 유월절 만찬, 세데르(סֵדֶר)

유대인의 유월절 음식 맛짜
맛짜를 굽는 유대인 남성. ChameleonsEye / Shutterstock.com

유대인의 유월절 만찬은 히브리어로 세데르(סֵדֶר)라 한다. 세데르는 질서, 장치라는 뜻이다. 그 말대로 유대인들은 유월절 축제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 규칙과 관습을 중요시한다.

세데르에 참여하는 이들은 흰색 계열의 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유월절 만찬상에는 여섯 가지의 특별한 음식들이 올라온다. 각 음식들은 출애굽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430년간 종살이하던 애굽에서의 고통을 상기시킨다. 과거 조상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현재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나아가 장차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유대인들은 쓰고 맛없는 거친 음식들을 먹는다.

세데르 음식들

일 년 된 숫양의 고기와 정강이뼈 – 고대의 성전 예배 시 유대인들이 희생 제물로 드린 유월절 양을 나타낸다.

구운 달걀 – 고대의 축제 희생물을 나타내는 것이며 1, 2차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것을 기억하고 애도한다

세 장의 맛초트(맛짜의 복수형) – 출애굽의 긴박성을 상징한다. 또한 유대인의 세 종교적 집단인 제사장, 레위인, 이스라엘인을 나타낸다.

마로르(מָרוֹר‎‎) – 서양 고추냉이처럼 맵고 쓴맛이 나는 허브다. 조상들이 애굽에서 겪은 노예 생활을 상기시킨다. 또한 유대인들이 신앙에 따라 사는 것을 존중받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하로셋(חֲרֽוֹסֶת‎) – 사과, 호두, 잣 등을 으깬 것에 꿀, 포도주를 붓고 계피 등을 섞어 만든 일종의 잼. 유대인들이 애굽인을 위해 빚었던 회반죽을 나타낸다. 앞서 소개한 마로르를 찍어 먹는다. 잼은 단 맛을 내므로 한편으로는 자유의 달콤함을 의미한다.

카르파스(כַּרְפַּס‎‎) – 보통 파슬리나 샐러리 또는 양상추를 가리킨다. 애굽에서 포로 생활을 할 때의 빈약한 식단을 나타낸다.

소금과 소금물 – 카르파스 조각을 담가 먹기 위해 준비한다. 노예로 지배를 받을 때 유대인들이 흘렸던 눈물을 나타낸다.

유대인의 유월절 세데르
세데르 음식들

유월절 만찬은 율법서인 하가다(הַגָּדָה)에 적힌 단계별로 진행한다. 위의 음식 가운데 구운 달걀, 마로르, 하로셋, 카르파스, 소금물은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다. 탈무드에 기록된 유대인의 전승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비스듬히 기대어 먹는다. 이 자세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무교병과 쓴 나물은 유월절 양의 고기를 먹기 전에 먹는다. 딱딱한 무교병과 쓴 나물은 아주 곤혹스러운 맛이다. 그러나 이 경험이 과거 못 먹고 못 살았던 쓰디쓴 노예 생활을 잊지 않게끔 한다.

그 외의 준비물

페사흐 하가다(Pesach Haggadah) – 유월절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있는 율법서

시편이 들어있는 성경책

찬송가나 페사흐 노래집

포도주와 포도주 잔

축제용 촛대

꽃과 꽃병

손 씻을 물과 물잔

출애굽 그림이 그려진 어린이용 색칠하기 책

크레용이나 색연필

유대인의 유월절 만찬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유대인의 유월절 만찬(페사흐 세데르)는 각 가정의 가장이 주관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순서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출애굽 사건을 재연하는 시간이다. 성경에는 총 네 번에 걸쳐 반드시 자녀에게 출애굽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후에 너희 자녀가 묻기를 이 예식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너희는 이르기를 이는 여호와의 유월절 제사라 (출애굽기 12:26~27)

너는 그 날에 네 아들에게 뵈어 이르기를 이 예식은 내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행하신 일을 인함이라 하고 (출애굽기 13:8)

장래에 네 아들이 네게 묻기를 이것이 어찜이냐 하거든 너는 그에게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그 손의 권능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곧 종이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실새 (출애굽기 13:14)

후일에 네 아들이 네게 묻기를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명하신 증거와 말씀과 규례와 법도가 무슨 뜻이뇨 하거든 (신명기 6:20)

전통에 따라 가장 어린 자녀에게 네 개의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이스라엘의 과거를 기억하도록 고안되었다. 이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계승한다.

왜 이 밤에 우리는 맛짜를 먹습니까?

왜 이 밤에 우리는 쓴 나물을 먹습니까?

왜 우리는 이 밤에 파슬리를 소금물에 두 번 찍어 먹습니까? 또 쓴 나물을 왜 하로셋에 찍어 먹습니까?

왜 우리는 유월절 음식을 비스듬히 기대어 먹습니까?

이 질문들에 아버지들은 선조들이 애굽에서 겪었던 노예 생활을 시작으로 답변한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행하신 기적들과 이스라엘 민족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 또한 질문 순서에 따라 하가다를 읽음으로 답한다.

유대인의 유월절 지키는 가정
유월절을 지키는 유대인 가정. ChameleonsEye / Shutterstock.com

3,500년 전의 출애굽 사건은 유월절 만찬을 지키는 유대인들에 의해 해마다 재연되고 있다. 그들은 고통스러웠던 조상들의 과거를 잊지 않고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 더욱이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승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온 인류에게 평화와 자유를 가져다 줄 메시아가 올 때까지 유월절을 지키려 할 것이다.


<참고문헌>
이스라엘 문화원: http://www.ilculture.or.kr/

7 thoughts on “유대인의 유월절 –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양을 잡을까?

  1. patience 답글

    육적 유대인들도 모르는 새언약의 유월절을 다시 세워주시고 지키도록 하여 주신분이 있다면 과연 누구실까요? 모세때든 예수님때든 유월절은 오직 하나님만이 친히 세워주셨는데..

  2. 한아름 답글

    정말 궁금했던 내용입니다. 과연 오늘 날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다는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지키되 주신 말씀대로 지키는지 궁금했거든요. 한편으로는 자부심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변했다고 해서 지키는 방식을 바꿨다면 웬지 유월절이라는 이름만 계승하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3. 하늬바람 답글

    유태인들의 유월절 내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내용보다 그들의 풍습으로 유월절을 지키는 장면을 보니 마치 우리 설날의 떡국이나 추석명절에 먹는 송편을 유월절에 같이 먹는 격인 것같아 정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4. David 답글

    새 언약의 유월절로 생명주시고 마지막 재앙 가운데 보호하여 주신 엘로힘 하나님께감사드립니다

  5. Whoever 답글

    유대인들은 수 천년동안 유월절을 지켜오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이 유월절이 하나님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 언약의 유월절로 다시 허락되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새 언약 유월절을 믿음으로 지키게 될 때 받게 될 신령한 축복은 참으로 엄청나다.
    이런 유월절 생명의 진리를 허락해주신 엘로힘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6. 아이리스 답글

    유대인들이 아직까지 유월절을 지키고 있다니, 참으로 놀랐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예수님께서 세워주신 새언약 유월절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7. 색채의 향연 답글

    철저하게 유월절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오늘날 새언약 유월절을 너무 쉽게 지키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해 유월절을 지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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